곤충의 대멸종
여름밤 고속도로를 달릴 때면 예전엔 자동차 앞유리에 곤충 사체가 빼곡히 붙어서, 닦아내느라 애를 먹곤 했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런 장면이 사라졌습니다. 누군가는 세차가 쉬워졌다며 좋아할 수도 있겠지만, 저에겐 이 변화가 마치 지구가 조용히 내뱉는 비명처럼 느껴집니다. 익숙하게 남아 있던 생명의 흔적은 이제 온데간데없고, 그 자리에 남은 건 싸늘한 정적뿐입니다.
수많은 곤충들은 생태계의 든든한 밑받침이었지만, 어느새 말없이 하나씩 자취를 감추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주로 꿀벌이 사라지는 걸 걱정하지만, 사실 그 또한 거대한 위기의 한 조각일 뿐입니다. 인류가 뿌린 살충제와 서식지 파괴가 불러온 곤충의 몰락, 그리고 그 끝자락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생태계 연쇄 붕괴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멈춰선 생태계의 컨베이어 벨트 멸종의 도미노와 식탁의 위기
곤충이 사라진다는 건 그저 몇몇 종이 없어지는 일이 아니죠. 오랜 세월에 걸쳐 지구가 정성껏 그려온 생명의 설계도에서 핵심 부품이 하나둘 지워지는 것과 같습니다. 실제로 다양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 수십 년 동안 전 세계 곤충 개체 수가 40% 이상 급감했습니다. 그 속도는 포유류나 새가 줄어드는 것보다 훨씬 빠릅니다. 잠깐의 풍요를 위해 살충제를 마구 뿌렸지만, 그 대가는 우리가 의지하던 커다란 생태계의 톱니바퀴가 멈추는 것으로 돌아왔습니다. 곤충이 없는 숲은 더 이상 살아 숨 쉬는 공간이 아니라, 바싹 마른 나뭇가지들만 남은 거대한 묘지처럼 변해가고 있습니다.
곤충 멸종은 인류가 자연의 경계를 무심코 넘으며 저지르고 있는 가장 위험한 선택이라는 사실입니다. 농업 생산성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뿌려진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농약은 곤충 신경계를 마비시켰고, 이는 곤충을 먹고 사는 새나 파충류들에게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멸종의 도미노’라 부를 만한 현상이죠. 독일의 한 보호구역에서 목격한 장면만 떠올려도, 30년 만에 그곳 곤충의 75%가 사라졌다고 합니다. 보호받는 구역마저 이렇다면, 바깥은 오죽할까요. 우리는 대체로 눈에 띄는 큰 동물만 걱정하고, 자연의 기초를 받쳐주던 작은 생명들의 죽음엔 무심해진 것 같습니다. 유기물 분해와 토양 순환을 맡아왔던 곤충들의 역할이 멈추는 순간, 지구는 스스로를 치유할 힘마저 잃게 될 겁니다.
더 무서운 건, 곤충이 사라진 현실이 결국 우리 식탁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의 3분의 1 이상이 곤충의 수분 활동 덕분에 나오는데, 곤충이 줄면서 사람이나 기계가 직접 수분을 돕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습니다. 실제로 곤충 없는 과수원 현장에서 본 풍경은 참담했습니다. 잘 자라지 못한 과일들, 급감한 곡물 생산량, 이건 특정 농가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의 식량 안보 전체를 위태롭게 하는 신호입니다. 곤충이 멈춘 생태계의 컨베이어 벨트는 언제든 우리를 굶주림의 벼랑 끝으로 몰아넣을 수 있습니다.
어쩌면 이런 변화는 매일 우리 곁을 조용히 스쳐가지만, 사실상 커다란 재앙으로 다가오는 중입니다. 곤충들은 땅을 기름지게 만들고, 물을 정화하며, 자연의 순환을 지탱해 왔습니다. 이들이 사라진다면 토양은 점차 황폐해지고, 우리가 마시는 물과 호흡하는 공기도 더는 예전 같지 않겠죠. 누군가는 기술이 해결책이 될 거라며 인공 수분에 기대를 걸지만, 실제로 그 방대한 규모와 복잡함을 한번만 떠올려봐도 정말 쉽지 않은 일임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어느새 스스로 파놓은 구덩이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고, 그 구덩이는 계속 깊어지고만 있습니다.
곤충의 침묵은 인류에게 보내는 마지막 경고이다
곤충의 침묵은 인류에게 보내는 마지막 경고입니다. 곤충의 대멸종을 막는 일, 그 자체가 결국 우리 스스로 파멸을 향해 달려가는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도 합니다. 예전엔 작은 곤충 하나쯤 사라져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그러한 오만이 이제 인류 문명 전체를 뒤흔드는 커다란 파도가 되어 다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우리가 보호해야 할 것은 단지 보기 좋은 자연이 아닙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자리에서 묵묵히 생명의 순환을 이어가는 작은 존재들의 움직임, 바로 그 생명력입니다. 더 늦기 전에 무심코 뿌렸던 농약을 멈추고, 곤충들이 다시 머물 수 있는 작은 공간이라도 남겨줘야 합니다. 곤충조차 살 수 없는 땅에서 인간이 살아남을 방법은 없습니다.
이제는 잠시 멈춰 서서, 곤충이 사라진 들판에 내려앉은 그 묵직하고 싸늘한 침묵을 외면하지 않아야 할 때입니다. 인위적인 풍요를 좇으면서 지구의 근본을 허물어온 우리의 잘못을 깊이 성찰해야 합니다. 기후 변화, 서식지 파괴, 무분별하게 뿌려진 농약, 이 모든 문제의 출발점은 결국 우리 인간에게 있습니다. “작은 것이 무너지면 큰 것도 무너진다”는, 너무 흔해서 쉽게 잊을 수 있는 진실을 다시 한 번 떠올려야 할 때입니다. 들판에 풀벌레 소리가 다시 울려 퍼질 수 있도록 생태적 정의를 회복하는 것. 이 작은 행동이 바로 우리가 저질러온 실수를 조금이라도 바로잡을 마지막 기회가 될지 모릅니다. 지구의 심장박동이 완전히 멈추기 전에, 우리 모두 지금 바로 행동에 나서야 합니다. 곤충들의 마지막 날갯짓이 멈추는 순간, 결국 우리의 시간도 함께 멈출 수밖에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