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하구 접경지에서 갈대를 헤치고 채취한 물을 입에 대던 순간, 혀끝에 맴돌던 그 낯선 짠맛이 우리에게 곧 다가올 재항을 알리는 경고장처럼 느껴졌습니다. 민물이 흘러넘쳐야 할 강 깊숙한 곳까지도 바닷물이 독사처럼 스며들어 농토를 죽이고 식수마저 오염시키고 있었습니다. 기후 위기로 인한 해수면 상승에 더해, ‘용수 확보’라는 명분 아래 세워진 거대한 하구둑들은 오히려 강의 자연스러운 힘을 약화시켜 이런 결과를 낳았습니다. 수천 년 동안 지구가 정교하게 지켜온 담수와 염수의 미묘한 균형이 인위적 토목공사로 송두리째 무너지고, 그 여파가 생태계의 뿌리까지 흔들고 있습니다. 강 하구에서 조용히 번져가는 염수 침투 현상을 이야기하며, 이것이 왜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의 근간을 위협하는지 저의 뜨거운 소신을 전하고자 합니다
보이지 않는 침입자, 무너진 평형과 염분을 머금은 지하수
민물과 바닷물은 밀도가 달라, 경계에서 서서히 뒤섞이며 공존합니다. 하지만 해수면이 높아지고 강물이 줄어들면, 무거운 바닷물이 강바닥을 따라 쐐기처럼 물속 깊이 파고듭니다. 현장에서 본 강 하구의 풍경은 이미 ‘염수 쐐기’가 내륙으로 수십 킬로미터나 달려든 모습이었습니다. 바닷물은 단순히 강 표면의 물만 오염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지하수층까지 스며들어 농민들이 키워낸 옥토를 소금밭처럼 만들어 버립니다. 한 번 염분이 밴 땅은 제 모습으로 돌아가는 데 수십 년이 걸립니다. 자연의 회복을 가로막는, 정말 혹독한 시련입니다.
무너지는 하구 생태계, 생명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
강 하구는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 각종 생명체가 어우러지는 ‘생명의 요람’이었습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염수 침투는 생물들에게 적응할 틈조차 주지 않고 가혹한 변화를 몰고 왔습니다. 하류 지역의 수생식물들도 이미 삼투압 조절 능력을 잃고, 세포가 파괴된 채 바짝 마르기 시작했습니다. 민물에 의존하는 어류들은 서식지를 잃어 상류로 밀려나 고립되고, 바닷물에 익숙한 생물들만 어색하게 그 자리를 메우고 있습니다. 원래 다양한 종들이 어울리던 하구가 점차 소금기만 가득한 불모지로 변질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결국 우리의 식수 문제와 직결됩니다. 강 하류에 설치된 취수장들은 염분 농도가 올랐다며 멈추거나, 막대한 비용을 들여 담수화 설비에 기대는 실정입니다. 연구실에서 분석한 하구 지역 지하수 데이터에서도 이미 먹는 물 기준을 훨씬 초과하는 염화물 이온 농도가 검출되어, 상황의 심각함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경제적 이익을 좇아 강을 가로막고 갯벌을 메우는 대가가 언젠가 우리가 제대로 된 식수도 구하지 못하는 날로 돌아올지 모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하에서는 조용히 수자원이 빼앗기고 있지만, 많은 이들이 이 현실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결국 하구둑을 열어 강의 흐름을 다시 살리지 않는 한, 소금물의 진격은 멈출 기미가 없습니다.
강의 흐름을 되찾는 것만이 인류가 살길이다
결국 염수 침투를 막아내는 일은 우리 공동체의 젖줄을 지키는 일과 같습니다. 강물이 제 속도로 흘러 바다를 밀어내지 못하는 순간, 우리가 누려온 풍요로운 수자원과 비옥한 토지는 전설 속의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소금기가 가득한 강가에서 느꼈던 그 처참한 상실감과 생태적 단절의 기운이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콘크리트 장벽 뒤에 물을 가둬두려는 탐욕의 발상을 버리고, 강이 바다와 자유롭게 만나며 스스로의 압력을 회복하도록 돕는 생태적 결단이 절실합니다. 강물은 흐를 권리가 있으며, 그 흐름이야말로 대륙과 해양의 균형을 유지하는 신성한 힘입니다.
우리는 이제 멈춰 서서 강 하구가 내뱉는 짠 비명 소리를 정면으로 마주해야 합니다. 인위적인 둑으로 강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던 기술적 자만심을 버려야 합니다. 거울을 잃은 북극, 산성화된 바다, 조각난 숲, 산소를 잃은 데드 존에 이어 염수에 점령당하는 강까지, 이 모든 재앙은 결국 자연의 질서를 무시한 대가입니다. "막힌 것은 썩고, 흐르지 못하는 것은 파괴된다"는 역사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강의 흐름을 복원하고 하구의 생명력을 되찾는 것만이 우리가 저지른 과오를 속죄하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지구의 혈관인 강이 다시 맑은 담수를 힘차게 뿜어낼 수 있도록 우리는 지금 당장 행동을 시작해야 합니다.